해저 2만리 : 고달픈 자유냐 vs 화려한 속박이냐

출판사 : 열림원
저자 : 쥘 베른
번역 : 김석희
10살때 쥘 베른이 쓴 <15소년 표류기>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건 어떨까 찾아봤는데 마침 <해저 2만리>도 있더군. 읽으려는데 너무 낡은 책이고, 타이틀이 너무 거창해서 괜히 거부감 들어서 외면했다.
그렇게 잊혀진 책을, 벨에포크 시기 문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꺼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이미 스타 작가로 올라선 쥘 베른이 상드의 권유로 쓰게된 소설로 해양학자인 '나', 노틸러스 호의 선장 '네모', 두사람이 메인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인간은 유한하고, 바다는 무한합니다. 인간은 약자이고, 바다는 최강자이지요. 인간을 지배하는건 바로 바다입니다."
- 네모
네모는 바다에 대해선 극도의 찬양으로 일관하지만 육지에 대해선 한결같은 증오를 보인다. 그래서인지 같이 납치당한 나와 콩세유, 네드가 육지에 대한 언급을 할때마다 극도의 냉소를 보인다.
무엇이 그를 이 깊은 바닷속으로 이끈 것일까. 작품에서 묘사되는 바다 세계는 너무나 아름답지만, 어디까지나 강제로 납치의 형식으로 끌고 왔기때문에 나를 비롯한 3인방과 네모와는 갈등이 존재한다.
그나마 해양학자라 학문적 호기심이 존재하는 나와 달리 바다 밖에서 자유롭게 다니던 네드는 네모에 대해 깊은 증오를 품고 항상 탈출의 기회만을 엿본다. 잠수함의 구조를 살피면서 반란의 기회를 엿고, 육지와 가까워질때마다 탈출 계획을 운다.
아름답지만 내 자유 의사에 어긋나는 세계 vs 힘겹지만 내 자유 의사로 살 수 있는 세계 이 두가지는 양립할 수 없다.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고르라면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것인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내 자유 의사가 무시당하는 세계가 과연 가치있는 것일까? 억만금을 줘도 나의 자유가 완전히 속박당하면 무슨 가치가 있을까. 내가 누리는 자유를 이끌어내기 위해 희생한 사람들은 무엇때문에 사라져간것인가.
네모는 정작 바깥 세계의 자유를 위해 거금을 희사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네모는 동시에 자신의 대의를 위해 3인방을 억류하고 자신의 뜻만을 강요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네모의 모습은 입으론 자유, 평등을 떠들며 뒤로는 위선을 떠는 부류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유에 대한 의지가 있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손으로 마개를 막아도 내부 저항이 거세면 터지는 법이다. 억압이 강하면 강할수록 사람들의 반발을 심해지고 거대한 파도가 기득권자들의 카르텔을 박살내 새로운 세계를 만들곤한다. 작가는 네모라는 캐릭터를 통해 제아무리 강력한 지도자라도 저항에 의해 무너질 수 있다는걸 경고하고자한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