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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화상 볼라르

페르티예 2020. 8. 16. 16:24

19세기 말 화가들의 얘기를 살피다 보면, 두 명의 화상 얘기가 빠지질 않는다.

뒤랑 뤼엘과 볼라르. 

뒤랑 뤼엘에 대해선 조금이나마 알고 있지만 볼라르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화가들이 볼라르의 초상화를 많이 그려줬단 사실과 피카소의 괴상한(?) 초상화를 봤을때의 인상이 전부랄까. 

이 사람에겐 어떤 얘기들이 담겨져 있는지 궁금한 마음에 책을 골랐다.

회고의 형식이지만 본인에 대한 얘기는 아주 적고, 화가들과의 소소한 에피소드 위주로 전개된다.

세잔을 싫어한 마네, 서로를 인정했지만 불화했던 드가와 르누아르, 고흐에 대해 혹평한 르누아르와 세잔, 마네 부인의 욕심으로 손상된 <막시밀리안의 처형> 등.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도 있지만, 처음 알게 되는 얘기들이 많다. 

그 까칠한 드가와 세잔이 후배 화가들에게 관심이 많았고 그들을 여러 방면으로 돕고 싶어했다는 사실이다. 

의외의 면이지만 사람은 누구나 의외의 면을 갖기 마련이다. 힘든 과정을 거치는 나조차도 나와 비슷한 사람을 보면 외면보다는 동정을 하고 그들을 돕고 싶어한다. 

상당히 흥미로웠던 사실은 내가 그들의 작품을 보면서 느낀 성격적인 인상이 실제 그들의 성격과 일치했다는 사실이다. 색조가 차갑고 보수적이면 실제로도 보수적이고 까칠하고, 따뜻한 색조와 붓터치는 관대하고 따뜻한 성격 등등 이런 부분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세잔 vs 르누아르인것같다. 

볼라르의 이 책에서 가장 많은 얘기가 등장하는 화가가 르누아르인데, 르누아르에 대해선 인정을 받지 못했단 언급조차 없는 것보면 볼라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던 화가가 르누아르 아닐까?

이 책에 등장하는 대다수의 화가들은 힘든 시절을 오랫동안 겪었다. 엄청난 고난을 겪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붓을 끝끝내 꺽지 않았다. 작품을 처음 세상밖에 공개했을때, 짐승에 비유되며 조롱당했지만 세월이 흐르고, 짐승은 위대한 걸작으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어떻게 그 오랜 고난을 버틴걸까. 내게도 그들처럼 고난을 버틸만한 힘이 있는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끝끝내 발견하지 못한다. 자신이 진정 원하던게 무엇인지 인생의 끝에서 깨닫지 그걸 알아차렸을땐 이미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다. 나는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나도 결국 그렇게 될것이다. 

책 속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보며 거장들도 인간이네 싶다가도 그렇게 인간적인 인물들이 세상을 향해 큰 족적을 남긴걸 보면 깊은 한숨이 나온다. 같은 삶을 살지만 뭐이렇게 다른걸까 싶어서말이다.

볼라르의 생애를 보고 싶어 구입한 책이지만, 화가들의 인간적인 에피소드들을 볼 수 있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