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이란 소재는 대부분의 문학 작품에서 쓰인다. 단눈치오의 처녀작인 이 작품도 ‘집착’을 메인 테마로 한 남자의 삶을 들여다본다.
인간의 삶에서 집착이란 감정을 빼면 남는 얘기가 없다. 집착을 통해 누군가는 발전하고 누군가는 몰락한다.
인간의 삶이란 그렇다. 순간의 감정에 따른 선택이 그 사람의 흥망성쇠를 결정하고 그 운명에 맞춰 살아간다.
소설의 주인공인 안드레아는 사교계의 총아로, 첫사랑은 욕망의 여인과 두 번째 사랑은 순수의 여인과 한다. 안드레아는 이 둘 사이에서 적당한 균형을 얻으려했으나 한쪽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 둘 다 잃는 비극을 겪는다.
안드레아의 첫사랑 엘레나는 욕망의 여인이자 실리적인 여인으로, 육체적인 욕망은 안드레아를 통해 풀지만 궁극적인 목표인 경제적 안정은 그를 무참히 버리면서 얻어낸다. 갑자기 버림받은 안드레아는 엘레나의 배신으로 인해 방황하다 카사노바로 전향하고, 결투에서 패하면서 옛날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간다.
그러던 와중 만난게 두 번째 사랑이 된 마리아 페레스로, 그녀는 유부녀였다.
사랑의 감정을 억누르던 마리아도 안드레아의 고백을 받아들이면서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안드레아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됐지만 자신의 삶의 태도를 바꾸려하지 않는다.
마리아와 같이 있으면서 첫 여인인 엘레나를 겹쳐보거나, 개심했다면서도 예전처럼 카사노바의 삶을 이어간다. 마리아는 이런 부분을 의식했고 그의 과거를 질투하지만, 안드레아는 그저 한떄 치기어린 충동으로 취급하고 마리아의 감정을 애써 무시한다.
안드레아에게 다시 접근하려던 엘레나는 안드레아가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를 택한걸 파악하고, 사악한 여인이 되어 그에게 복수한다.
엘레나의 안드레아에 대한 집착, 안드레아의 우유부단, 마리아의 안드레아의 과거에 대한 집착.
3사람의 집착은 서로 맞물리고, 엘레나에게 모욕당한 안드레아가 그토록 꿈꿔던 마리아와의 밤에서 마리아를 향해 엘레나라 외치면서 비참하게 막을 내린다.
안드레아는 그토록 사랑을 찾아 헤맸지만, 그는 사랑할 준비도 되어 있지않았고, 사랑이 뭔지도 몰랐던 것이다.
문장이 아름답고 시적일수록 안드레아의 우유부단함은 극에 달한다.
안드레아에겐 분명 빛나는 길이 존재했었다. 그가 정도를 걸었다면 자신의 행복을 금새 찾았겠지만 그는 사소한 집착으로 눈 앞에 있는 행복을 외면했고 결국 둘다에게 버림받고 쓸쓸하게 내려가는 모습으로 끝났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집착에 젖어있는 사람으로 바꾸어놓은 것일까
나는 안드레아가 사랑이란게 어떤것인지 몰랐던 바보였다고 생각한다. 겉은 더할나위 없이 화려했지만 그의 내면은 텅텅비어있었다. 그는 순전히 자신 위주로만 생각했고, 사랑의 기준도 자신에게만 두었다. 엘레나와의 사랑이 육체적인 면에만 치중해있을때도 그는 그걸 진정한 사랑이라 했고,
마리아가 엘레나와 자신의 과거 관계에 집착할때도 그는 그걸 단순한 질투라고만 여기고 넘어갔다.
사랑이란 이해와 배려로 이어진다는걸 그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안드레아의 마지막은 역지사지가 너무 없었기에 벌어진 참극인 셈이다. 그가 만약 조금이라도 상대를 배려했다면 그의 마지막이 그렇게 초라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사랑이란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고, 감쌀 줄 아는 관계라 생각한다. 어느 일방이 정도를 넘어선 경우엔 그 선은 바로 깨지고 사랑도 식는다고 생각한다.
바로 안드레아가 필자가 느끼는 깨지버린 사랑의 대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사랑에 대해 좀 더 진지한 자세를 가졌어야했다.
아무리 아름다운 미사어구를 늘어놓는들 행동 1번에 바로 식는게 사랑인데, 중요한 순간에 첫 여인의 이름을 말하니 어떤 여자가 그를 이해하겠는가.
안타깝지만 안드레아같은 인물은 소설이 아니라 현실에서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유형이다. 안드레아는 비극으로 끝났지만, 비극을 모면한 제2,제3의 안드레아들은 지금도 사랑을 찾아 누구에게나 상처를 주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겠지.
사랑에 너무 높은 기준을 둘 필요는 없지만 너무 낮게 둘 필요도 없다. 낮은 기준은 우리 자신을 희생시키는 일밖에 안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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