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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난, 나에게 너

너에게 난, 나에게 너

 

빈센트와 테오 형제의 이야기를 들으면 항상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나에게 넌, 너에게 나 해질녘 노을처럼~.

형제의 삶이 이 노래의 가사처럼 서로에게 든든히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떠오르곤한다.

가족들과의 불화가 끊이지 않던 시기, 유일하게 빈센트의 편이 되어주던게 테오였고 테오 입장에서도 형은 언제나 기댈 수 있는 나무같은 존재였다.

테오는 형의 예술을 위해 끊임없이 자양분을 주었고, 빈센트는 그걸 바탕으롤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펼쳐나갔다. 살아 생전,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던 둘은 6개월 간격으로 숨을 거둔 후에도 나란히 묻히면서 동지로서 걸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이 둘의 형제애를 찬양하면서,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는 알려하지 않는다. 매우 아름다운 형제애였지만, 이 형제애 속에는 일방의 희생이 담겨져 있다.

그 대상은 테오였고, 그에 대한 걱정은 테오의 건강마저 망쳤고, 병든 테오를 보고 빈센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데에 영향을 미쳤다.

빈센트는 일방적인 지원을 받는 입장이었지만 굉장히 까다로운 클리엔테스였다. 그도 그 나름대로 절약을 했지만, 테오에게 보낸 편지의 대부분이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지원받는 주제에 그림은 팔리지 않았고, 그림에 대한 투자는 엄청났다. 테오가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을 권유해봐도 빈센트는 언제나 자기 식대로만 했다.

테오가 비교적 잘나가는 화상이었지만, 빈센트에게 지원되는 비용은 테오 수입의 3분의 1이 달할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테오는 고향의 가족들의 생계도 책임지고 있었고, 직장 생활하는데 필요한 비용까지 감안해야했다.

상당한 돈을 벌었음에도 그는 늘 빈털터리였고, 급기야 결혼해서 득남했을때도 경제적인 문제로 고민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심적으로 고생하면서도 테오는 빈센트에게 직접적으로 경제적인 부담을 준적이 없다. 덜 보낼 지언정, 돈을 안 보낸적은 단 한번도 없다. 빈센트의 터무늬없는 요구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결과적으론 실패작으로 끝났지만 아를의 노란집에도 테오는 거금을 투척했다.

무엇이 테오를 빈센트에 대한 일방적 지원으로 이끌었는지 궁금해진다. 단순히 형제애 때문에? 아니면 빈센트의 컬렉터라는 의무감 때문일까. 노란집에서 귀를 자르기 전, 빈센트의 눈에 띄인건 테오의 약혼 소식을 전하는 편지였다.

빈센트라고 할말이 없는 건 아니다. 그가 지원받은 금액은 상당히 많았고, 빈센트는 단 한번도 사치해본적 없었다. 그가 자기 자신을 쓰는 돈은 전무했고, 숙소도 가장 싼 곳에만 잡았다. 또한 옷도 남루하게 입어서 동네 꼬마들이 따라다니며 괴롭힐 정도로 지저분했다. 유일한 사치는 잎담배와 그림을 위해 써야하는 물감 정도였다.

테오는 늘 희생을 했지만 빈센트는 테오를 위해 희생해본적 없다. 테오가 자신때매 고생하는건 늘 미안하게 생각했지만, 동시에 테오가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걸 당연시했다. 진심으로 테오를 생각했다면 자살 생각은 접어놨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입술이 시리면 이가 시린 법이다. 골칫덩어리에 등골만 빼먹는 형이었을지언정, 테오에겐 아내와 아들을 뺀 유일한 의지처였던 형이다. 또한 테오는 단 한번도 형이 인정받지 않을거라 생각해본적 없었다. 단지 형은 빠를 뿐, 세상이 형의 가치를 모른다고만 생각했다.

떠난 형에 대한 미안함을 담아 최후의 유고전을 준비했지만, 테오는 그 과정에서 완전히 미쳐버렸고 빈센트만을 되뇌이며 정신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테오도 떠나고, 살아 생전 테오의 짐을 짊어진건 아내인 요한나였다.

2번 본, 트러블메이커 시아주버니를 위해 요한나는 자신의 삶을 바쳤다. 빈센트의 평소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시아주버니의 작품을 하나 하나 관리하면서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했다.

빈센트와 같은 이름의 조카 빈센트 주니어도 어머니를 따라 숙부의 작품 관리에 일생을 바쳤다. 테오가 빈센트를 잃은 충격으로 갔기에 빈센트 주니어는 젊은 시절엔 숙부를 매우 증오했지만 나이들어 두 사람의 형제애를 깨닫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갔던 길을 걸었다.

테오와 빈센트같은 형제가 또 있을까. 아무리 예술가라도 허용되는 범위가 있다지만, 빈센트의 경우엔 너무나 극며한 민폐라 섣불릴 쉴드치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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