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뒤흔든 열흘
존 리드
미국 출신의 사회주의자로 기자로 활동하며 러시아 혁명을 취재.
이때 쓴 책이 <세계를 뒤흔든 열흘>
1919년 뉴욕 주재 소련 영사에 임명되나 미국 정부의 반발로 사퇴 후, 20년에 티푸스로 사망.
러시아 혁명을 직접 겪은 인물의 기행문.
볼셰비키가 어떻게 최고 권력을 가져나갈수 있었는가에 대한 과정이 나온 책.
초창기 러시아 임정은 국민적인 지지를 보았으나 뚜렷한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휘둘렸고 결국 혁명 전 제정보다 더 심각한 정치적 상황을 야기했다.
러시아 임시정부는 국내외적으로 핀치에 몰린 상황이었다. 외부에는 독일군이 수도 근처까지 휘젓고 다니고 내부적으론 수많은 정치세력들이 조직화되어 시위와 테러가 일상화되었다.
또한 식료품 부족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아 주부들이 빵이나 우유 하나를 구하려면 하루종일 기다려도 얻기 어려울 정도였다.
연합군에 대한 의리와 경제적인 이유를 명분으로 전쟁을 강행중인 임시정부에게는 치명적인 결함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가난한 서민과 위기를 기회로 삼아 떼돈을 번 투기꾼들과 상류층을 보여주며 러시아에 사회주의가 들어설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갈수록 상황이 안좋아지자 쿠데타 시도도 빈번했고, 도시의 반대편에선 제정 사회 뺨치는 화려한 파티가 계속되지만 반대편에선 가난한 시민들이 굶주림에 지쳐 사회 밑바닥으로 떨어져버린다.
당초 볼셰비키는 2월 혁명의 지분이 그리 크지 않았다. 역사적인 전통은 있지만 조직 자체는 그리 크다고 볼 수 없었으나, 정권을 잡은 멘셰비키 등의 임정 세력들이 무능을 보여줌에 따라 반사 이익을 얻기 시작했다.
이런 반사이익은 지방 선거로 이어져 6월 선거에선 70프로에 가깝던 멘셰비키 세력이 9월 들어선 18프로로 크게 감소했고 볼셰비키의 세력이 크게 증대되었다. 지방을 하나 하나 접수해가던 그들은 중앙정부 참여를 보이콧했다.
중앙 정부의 빈 틈을 비집고 더 흔드는건 지방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페트로그라드의 상황이 갈수록 혼란해지자 임시정부는 제2의 도시인 모스크바 천도를 계획하나 엄청난 반발에 일었고 반 볼셰비키와 볼셰비키 세력간 갈등으로 도시 기능이 마비될 지경에 이른다.
페트로그라드 수비대가 볼셰비키에 충성을 맹세하고, 임정은 사실상 완전히 공중분해되어버렸고 케렌스키는 급하게 페트로그라드를 떠난다.
탈출한 케렌스키는 진압군 명분으로 볼셰비키를 진압하러 오고, 격전 끝에 완패하면서 러시아는 붉게 문든다.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승리를 거뒀으나 구체제의 저항과 혁명 세력의 분열로 온 러시아가 혼란에 빠진다.
혼란에 빠진 러시아를 수습하려는 결의안으로 이 책은 마무리된다.
책의 저자가 미국인 사회주의자다보니 볼셰비키를 향해선 칼끝이 무뎌지는 걸 고려하면 상당히 괜찮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 정상을 찾으려는 나라들의 공통적인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의 통합된 세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이다.
볼셰비키도 여타 사회주의 세력들처럼 여러 갈래로 쫓겨져 있었다면 임정의 탄압에 사라졌을텐데, 그들은 하나로 뭉쳐 행동했고 통합된 힘이 임정을 쫓아버렸다.
통합된 힘으로 맞서고, 매력적이고 강경한 메시지로 적을 혼란케하라. 모든 전쟁은 명분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볼셰비키는 그 명분을 잡는데 탁월함을 보였고, 결국 붉은 군대를 승리로 이끌어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주목하게 된건 케렌스키다. 2월 혁명부터 10월 혁명의 끝까지 8개월간 러시아를 이끌어나갔던 사람이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지만 그런 역할을 해내기엔 너무나 나약했던 인물인데, 이 당시 러시아가 쳐해있던 내우외환을 보면 케렌스키를 함부로 비판할 수 없다.
케렌스키가 능동적으로 혁명에 대처해나갔다면 좋아겠지만 그에겐 처음부터 그정도의 권력이 주어진적 없었고, 있다고 해도 그의 주변에서 권력 행사를 막았다.
난 케렌스키를 향해선 비난보다 동정의 시선이 가야한다고 믿는다. 처음부터 불가항력인 상황에서 어떠한 힘도 권위도 주지 않는데 무슨 수로 그 높은 파고를 막을 것인가. 작가는 책에서 케렌스키를 무능의 극치로 그리지만, 쫓겨난 이후에도 권좌 복귀를 위한 시도를 한걸 보면 아무것도 없는 인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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